중증장애인, 카드사와 인권위로부터 동시 차별
롯데카드사, ‘자필 사인 불가’ 이유로 신용카드 발급 거부
인권위, 본질 파악하지 않고 “조사대상 아니다”‘각하’처리
중증장애인이 신용카드사로부터 신용카드 발급을 거부당한데 이어 이를 진정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도 진정이 각하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차강석 씨는 롯데카드사에 신용카드를 신청했으나 자필서명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당했다. 이에 지난해 9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제17조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에 근거해 인권위에 진정했으나 인권위로부터 조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됐다는 단문의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8월 22일 차강석 씨는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롯데카드사의 신용카드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에 필요한 내용은 발가락으로 한 글자씩 타이핑 했고, 신청서 작성을 위해 무려 세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얼마 후 카드사의 상담원으로부터 본인확인 절차를 위한 전화가 걸려왔다. 언어장애가 있는 차강석 씨는 직접적 전화통화가 어려웠으므로 상담원과의 통화는 활동보조인이 진행했고, 상담원은 본인확인이 어려우니 일산의 본사로 직접 내원해 카드를 신청할 것을 요구했다.
상담원이 본인 확인을 이유로 들었으므로 카드사만 방문하면 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상황은 달랐다. 중증장애인으로서 자필사인이 어려웠으므로 활동보조인을 통해 대필사인과 신분증 사본을 제출했으나 소득세 납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재산세 영수증을 요청한 것이다.
영수증을 제출하고 우편으로 카드가 도착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기다림 끝에 카드사로부터 받게 된 연락은 ‘자필 사인이 불가능하므로 법정대리인과 직접 카드사에 방문하라’는 것이었다.
일산에 있는 카드사에 다시 방문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활동보조인을 통해 우편으로 신청서를 요청, 아버지의 사인을 받아 발송하려 했으나 카드사는 직접 차강석 씨의 집에 방문해 신청서를 받아가겠다고 했다. 다음날 카드사에서 신청서를 가지고 왔으나 법정대리인인 아버지는 집에 없었고, 차강석 씨의 갖은 노력에도 여전히 자필사인은 할 수 없었다. 결국 카드 발급을 위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차강석 씨는 카드를 신청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일련의 과정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진정하기 위해 인권위를 찾았다. 그러나 차강석 씨가 믿었던 인권위는 차강석 씨가 카드사로부터 받은 차별에 대해 기술해 놓은 진정서의 전문은 마치 본 적조차 없는 듯 묵살해 버렸다. 단지 진정서 말미의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에 주목했으며, 법의 개정은 인권위의 소관이 아니라며 그의 진정을 각하 처리했다.
장추련은 4일 성명서를 통해 “롯데카드사의 태도와 더불어 인권위의 사무적이며 행정편의적인 행태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장추련은 만약 인권위가 차강석 씨의 진정에 대해 최소한의 올바른 관점과 이해, 해결에 대한 일말의 의지가 있었더라면 인권위는 차강석 씨와의 전화통화에서 카드사의 이름이 아닌 ‘차강석 씨가 진정으로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추련은 “인권위가 인력확보조차 되지 않은 채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그 노고와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알고 이해하는 데 일정의 준비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판단하고 기다려왔다”면서 “그러나 인권위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이윤추구의 기업체인 롯데카드사와의 차별적 태도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장추련은 당사자인 차강석 씨와 함께 다시 진정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출처: 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