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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순 씨의 신혼 일기강미자의 시설 너머 시선 넘어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자립생활가정 3년차 입주자 김복순(31) 씨의 동화구연 자격증 취득 소식이었다. 어릴 적 뇌성마비를 앓아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를 가진 복순 씨에게 동화구연 자격증 취득이라는 것은 장애로 인한 부정확한 발음을 극복해야만 하는 몹시 어려운 일이다.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동화구연 자격증을 취득한 복순 씨를 만나서 직접 축하를 전하고자 바쁘게 길을 나섰다.뇌병변 1급 장애 딛고 동화구연 자격증 취득
금천구 독산동의 자립생활가정에서 만난 복순 씨는 31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뽀얗고 말간 얼굴을 가진 앳된 모습이었다.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아서 아픈 곳이 있냐고 물었더니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다이어트를 했다며 수줍게 웃었다.복순 씨는 어린 시절 장애를 이유로 부모에게서 버려져서 고아원에 가게 된 케이스이다. 4~5세 경 길에 버려진 상황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으며 그때의 충격이 커서 고아원에서의 기억은 거의 없다고 했다. 7세 경, 중증장애아동시설로 보내져서 생활하다가 특수교육을 위해 광주의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로 옮겨져 학교를 다녔다. 비록 시설에 딸려있는 학교지만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비슷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도 있었기에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고등부 졸업 후, 다른 경증 장애 친구들은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나 복순 씨는 중증의 장애로 인해 기어 다니는 정도의 신체기능만을 가졌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곧 시설에서는 복순 씨를 중증장애인요양시설로 전원시켰고 아무런 의사표현을 할 수 없었던 복순 씨는 또 다른 시설에서 새롭게 적응해야만 했다.새로운 생활은 쉽지 않았단다. 심한 지적 혹은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연령대도 너무 차이가 나서 친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심지어 거주인들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대적으로 말을 할 줄 아는 복순 씨에게 탓을 하는 경우도 일어났다. 이때부터 복순 씨는 오랜 거주시설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어느 날, 시설 관계자로부터 서울시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에서 체험홈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보를 듣는 순간 복순 씨는 용감하게 지원을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활동보조를 비롯한 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에 대한 지원이 많지 않았음에도 모든 걸 감수하고서라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위로체험홈에 입주한 복순 씨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이용하면서 조금씩 적응을 시작했다. 마음이 잘 맞는 활동보조인도 만났고,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었다. 장애인의 날, 장기자랑에 참여해 노래를 불러 상도 받고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며 지역사회에서의 어울림의 즐거움을 알아갔다. 하지만 복순 씨는 직업을 갖고자 하는 꿈을 버릴 수가 없었다. 이러한 복순 씨를 위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복순 씨의 신체기능을 고려한 직업 활동을 고민했고 ‘동화구연’이라는 분야를 권유했다.마침 센터와 연계된 활동가 중 동화구연자격증을 가진 이가 있어서 약 2년여 동안 개인교습을 받은 복순 씨는 마침내 2014년 8월 동화구연 3급 자격을 획득했다. 뇌성마비로 인한 중증장애를 가진 복순 씨가 동화구연이 가능한 발성을 갖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는 당사자 외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같은 시설 출신 자립생활 동료와 신접살림 차려
김복순 씨와 현남일 씨의 결혼식.
복순씨가 동화구연 외에 새롭게 시작한 것이 있다. 바로 결혼생활이다. 지난 해 복순 씨는 같은 시설 출신으로 자립생활을 선택해서 근처 체험홈에서 살던 현남일(31) 씨와 결혼을 하고 신접살림을 차렸다. 남일 씨는 앉아서 오른손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신체기능을 가졌으나 복순 씨에 비해서 발성이 훨씬 어려운 상황이다. 시설에서 우연히 알게 된 이들은 자판기 커피를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친구가 되었다고 했다. 남일 씨는 처음에는 자립생활에 대한 생각이 없었단다. 어느 날, 복순 씨가 자립생활을 위해 시설을 나가는 사실을 알고 식사도 못하고 울기만 하다가 자신도 복순 씨를 따라 자립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체험홈에서 금전관리 및 다양한 지역사회 경험을 한 남일 씨는 복순 씨에게 청혼했고 결국 이들은 결혼을 했다. 사랑을 위해 자립생활을 결심한 남일 씨가 무척 로맨틱하지 않은가?
김복순 씨와 현남일 씨 부부.
복순 씨는 처음에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중증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끼리 결혼을 하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함께 살면서 외로움도 많이 사라지고 언어가 불편한 남일 씨를 위해 복순 씨는 표현을 거들어 주고, 신체기능이 더 어려운 복순 씨를 위해 남일 씨는 컴퓨터 작업 등을 맡아하면서 서로 힘이 된단다. 아직은 부부싸움도 많이 하고 삐치기 일쑤이지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복순 씨를 보며 남일 씨는 애정을 듬뿍 담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복순 씨와 남일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다. 결혼으로 인해 수급비는 단독 세대일 때보다 줄어서 저축액이 줄었다. 현실적으로 둘 다 직업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출산과 육아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아이를 갖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자립생활가정 퇴소 후에는 영구임대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으나 당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듯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이 부부는 희망을 가지고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다. 이들과 동행할 지역사회의 아름다운 변화를 기대해본다.강미자 | 서울시복지재단 장애인복지팀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