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을 묻는 존재자인 뇌성마비인의 삶
Good Job 자립생활센터 소장
김재익 박사
작성일: 2025. 6. 30
뇌성마비는 출생 전후의 뇌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장애로, 주로 운동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사실 인지, 감각, 언어, 정서, 사회적 참여 등 삶의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발달기에 발생한 손상은 비진행성이지만, 그 영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경적 요인과 상호작용하며 더욱 심화된다. 뇌성마비는 획일적인 장애가 아니며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므로, 개인의 신체적·사회적 조건에 따른 복합적이다. 그래서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증 경직형 뇌성마비인의 경우 24시간 활동지원과 전문 물리치료가 필수적이며, 언어 표현이 어려운 경우에는 보완대체의사소통 도입이 요구된다. 교육, 직업, 주거 영역에서도 기능 수준과 욕구에 따라 다층적이고 개별화된 서비스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뇌성마비인의 대표적인 특징은 운동장애이다. 이는 경직형, 이완형, 운동실조형 등으로 분류되며, 보행, 손 사용, 자세 유지, 구강운동 등 기본적인 신체 활동에 큰 제약을 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동의 어려움, 의사소통의 제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차단은 뇌성마비인을 구조적으로 고립시키며, 이는 비장애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 환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뇌성마비인은 일상생활에서 반복적으로 차별과 배제를 계속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뇌성마비인은 시지각, 청각, 촉각 등 감각 처리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언어 이해 및 표현 지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는 또래 관계 형성, 학습 참여, 사회적 상호작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자아 정체감과 자존감의 형성을 방해하게 되어, 성장기부터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사회적 낙인은 우울, 불안, 위축과 같은 정서적 문제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을 다룰 수 있는 정신건강 서비스는 여전히 뇌성마비인을 위한 개별화된 지원이 부족한 편이다.
아동기에는 다양한 재활 및 교육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성인이 되는 순간 많은 지원이 급감한다. 뇌겅마비인인 저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복합적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나이를 먹어 병원은 많이 가야 하는데, 병원마다 접근성은 어렵고, 나이가 들고 몸이 늙어 이동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돌봄 시간의 부족 등은 결국 우울증과 위축감을 심화시켜 사회생활에 의미를 감소시키고 있다.
성인기 뇌성마비인은 주거, 고용, 의료, 돌봄 등 삶의 핵심 영역에서 구조적인 공백에 직면하며, 병원 접근성 부족, 보조기기 수급 지연, 부족한 활동지원 시간이 자립생활을 크게 제약한다. 현행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주로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며, 뇌성마비인은 법률상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거나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뇌성마비인을 위한 정책적 사각지대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뇌성마비인의 성적 권리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가정과 시설에서는 이들의 성적 감정을 통제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여성 뇌성마비인은 성폭력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지만 법적·사회적 보호는 매우 미흡하다. 성에 대한 교육, 상담, 자기결정권 보장은 인권의 기본 요소이나 관련 제도나 정책은 사실상 전혀 없다 할 것이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지적장애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뇌병변 장애인을 포함한 성인 중증장애인을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캐나다와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는 중증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개별 상담 및 권리 기반 교육을 공공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뇌성마비인의 성적 권리는 문화적 편견과 제도적 공백 속에서 이중적으로 억압받고 있다.
뇌성마비인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이들의 삶을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고정시킨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결정, 사회참여, 기여가 가능한 시민이며, 존중받아야 할 권리의 주체이다. 보조기기의 접근성 강화는 이동과 일상생활의 자립을 가능하게 하며, 건강권 보장은 정기적인 진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성적 권리는 자기결정에 기반한 관계 형성을 포함하고, 정신건강 서비스는 우울과 불안 같은 정서적 문제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고용과 교육 기회의 확대는 경제적 자립과 사회참여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 모든 영역은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니라 권리의 문제로 접근되어야 하며, 권리 기반 접근(Rights-Based Approach)은 뇌성마비인의 삶을 생애주기 전반에서 재구성하는 핵심 원칙이며, 뇌성마비인의 존재 그 자체가 인간 존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존재자로 실존적 삶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
뇌성마비인의 삶은 단지 개인의 적응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제도의 설계가 누구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지를 묻는 근본적인 삶의 실존적 질문이다. 이들의 삶이 가능한 사회는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사회이며, 포괄성과 정의를 기준으로 하는 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장애를 가진 시민의 삶이 ‘견디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 더 나아가 ‘기쁜 삶’이 되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교육, 복지, 법제도, 문화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와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뇌성마비인은 우리 사회가 인간 존엄을 어떻게 정의하고 실천하는지를 되묻는 존재자이고 삶의 순수함을 표현할 수 없고 숨길 수밖에 없어 아픔의 실존적 삶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자로, 이 질문에 성실히 응답하는 것이야말로 공동체 전체의 윤리적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