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국역 사거리를 점거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고시안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가 복지부의 고시 강행 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고시안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는 2일 늦은 2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장애계 동의 없는 활동지원제도 강력 규탄 대회’를 연 뒤 보건복지부(장관 진수희, 아래 복지부) 청사 앞으로 행진하며 복지부의 고시 강행을 규탄했다.
연대회의는 행진 도중 늦은 4시부터 약 50분가량 안국역 사거리를 점거하고 복지부와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이날 오후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 ‘심신상태 및 활동지원이 필요한 정도 등을 평가하는 방법’, ‘장애인활동지원기관 등의 지정에 관한 고시’를 발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아래 한자연) 안진환 상임대표는 “복지부는 자신들이 만든 안을 가지고 소통이나 경청에 대한 의지 없이 밀어붙였다”라면서 “고시안을 보면 급여를 기본급여와 다양한 추가급여로 나눠 대단히 많은 음식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먹을 것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안 상임대표는 “특히 우리는 현재 최대 180시간까지 제공하고 있는 활동보조 시간을 200시간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했는데 복지부는 ‘장애인 간 당사자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독거특례 시간이 늘어나면 결혼 생활이 파탄날 것’이라는 해괴망측한 이유로 거부했다”라고 전하고 “현재의 고시안은 절대로 통과되면 안 되며, 우리의 분노와 저항을 집결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이원교 회장은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단 한 가지 이유”라면서 “하지만 복지부는 말로는 장애인의 의견을 듣는다고 하면서 뒤로는 제도를 걸레로 만들었다”라고 규탄했다.
이 회장은 “장애인도 이 나라의 국민이고 국민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라면서 “하지만 장애인들은 서로 만나면 ‘너는 몇 등급이냐?’, ‘활동보조 몇 시간 받고 있느냐?’라고 묻는 등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생활을 난도질당하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김재형 부회장은 “경기도에는 50만 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는데 이 중 5천 명의 장애인은 시설에 거주한다”라면서 “며칠 전에 도 예산을 논의하는 자리에 갔더니 시설에 사는 장애인 한 명에게 일 년 동안 2천4백만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깜짝 놀랐다”라고 전했다.
김 부회장은 “지역에 사는 장애인이 월 2백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면 지금의 삶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부는 장애인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게 하려고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지역사회에서 살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요구에는 귀를 막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희 소장은 “먹고 싶을 때 먹고, 이동하고 싶을 때 이동하면서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데, 복지부는 겨우 20시간을 늘려달라는 요구조차 묵살하고 있어 더는 이를 지켜볼 수 없다”라면서 “과거보다 복지가 좋아졌다고 하나 이것은 우리의 요구와 저항을 통해 만든 것으로 우리의 요구와 저항이 없다면 정부는 우리의 삶을 방관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늦은 3시 30분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한자협 이원교 회장과 한자연 안진환 상임대표를 선두로 복지부 청사 앞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늦은 4시 안국역 사거리에 이르러 “중증장애인 다 죽이는 고시안을 거부한다”라고 외치며 차도를 기습적으로 점거했다. 이날 점거는 참가자들이 복지부 앞으로 이동해 고시안 반대의 뜻을 피력하기로 함에 따라 50분 만에 자진해서 풀었다.
늦은 5시께 복지부 앞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자유 발언을 이어가며 밤샘 농성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 복지부가 고시를 발표한 사실이 확인돼 참가자들은 마무리 집회를 열고 저녁 7시 30분께 자진해산했다.
마무리 집회에서 한자연 안진환 상임대표는 “고시 강행으로 결국 복지부는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를 거부했다”라면서 “하지만 이것은 패배가 아닌 다음 행보를 위한 시작이며, 앞으로 중증장애인당사자가 이끌어가는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자연 안진환 상임대표는 “오는 8일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과 면담하기로 했다”라면서 “이날 면담에서는 제도개선위원회에 중증장애인당사자를 참여시키는 문제를 관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 ▲안국역 사거리에서 차도를 기습 점거하려는 참가자들을 경찰이 제지하려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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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를 점거한 참가자들이 복지부의 고시 강행을 규탄하고 있다. |
![]() ▲도로점거를 풀고 복지부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는 참가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