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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제공

오래전 월급을 봉투에 넣어 주었던 때의 일입니다. 설명절이 돌아오면 세배돈으로 쓰라는 의미로 거래은행에 연락하여 천원권, 오천원권, 만원권 신권지폐를 준비하여 급여를 지급하곤 했습니다.

띠지도 떼어내지 아니한 신권지폐는 직원들의 입에 함박웃음을 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혹 새돈이 부족하여 헌돈으로 받은 직원들의 표정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였습니다. 누군가가 새돈 한장하고 헌돈 두장과 바꾸자고 하여도 이에 응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새 돈이나 헌 돈의 가치는 동일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직원은 한사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새 돈은 아주 잠시동안만 사람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할 뿐입니다. 보기에 좋고 아름다운 것만 추구하는 이 사회는 장애인을 자신과 동등한 한 인격체로 보기보다 그저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이 보편적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자괴감으로 가득차 자신과 사회를 원망하며 점점 음지로 숨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장애가 자랑스러움은 될 수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많은 장애인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는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온 것이라 생각됩니다.

비장애인들이 걸어서 다니는 것과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것은 결코 틀림이 아니고 다름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 사실은 지금 한국사회의 큰 이슈로 등장한 동성애를 보면 더욱 명확해 집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다름으로, 반대하는 쪽에서는 틀림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찬반논쟁이 뜨거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장애에 대하여는 틀림과 다름에 대한 논쟁이 전혀 없는 것만 보아도 장애는 결코 틀림이 아니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2009년부터 동주민센터에서 행정도우미 일을 하다 건강상의 문제로 퇴직하고 동료상담에 관한 일을 하기 위해 동료상담이라는 교육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교육을 받기 전에는 그런 교육이 왜 필요할까? 하면서 할 수 없이 교육에 참석하였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장애인 13년차이며 주민센터에서 장애인복지업무를 하였음으로 장애인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였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배부른 돼지가 되느니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동료상담 교육을 받기 이전의 저의 장애인에 대한 바램은 배부른 돼지가 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비록 배가 고프더라도 소크라테스는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헌법에 규정된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동등한 국민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은 물론이고 장애인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반드시 이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동료상담의 최종목표는 의존적인 삶에서 벗어나서 자립생활을 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자립생활은 신체적으로 스스로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장애로 인하여 부모나 자녀에게 의존적이었던 삶으로부터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삶에 관한 모든 것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삶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물론 자립을 해도 장애인이 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장애로 인해 받은 마음에 깊이 새겨진 상처로 인하여 자신감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어떠한 일을 시도하려고 하다가도 곧바로 주저앉게 됩니다. 따라서 자립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상실한 자신감의 회복입니다.

그런데 이 자신감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산물입니다.

장애인들은 “구겨진 오만원권 지폐는 지폐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라는 이 사회가 뿌려 설치해 놓은 덫에 걸려 헤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심하게 구겨진 오만원권 지폐를 발견했다면 누구나 얼른 주울겁니다. 혹 구겨진 지폐라 쓸모 있을까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세탁기에 들어가 변색 됐거나 찢어져서 테이프로 붙였을지라도 여전히 지폐로써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비록 장애인들은 한국은행에서 갓 나온 신권이 아니라 구겨지고, 귀퉁이가 찢어지고, 테이프로 붙여진 볼품없는 헌 지폐와 같은 처지이지만 가치는 신권과 동일한 것이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더 이상 음지로 숨는 일을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비록 장애가 있음에도 비장애인들과 동일하게 지성과 창조성이 넘치고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바라는 존재라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하지만 이 불변의 진리는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밖으로 표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이 사회는 우리에게 시혜와 동정을 주면서 배부른 돼지로 조용히 살아가길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헌법에 보장된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삶을 살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소리를 낼 뿐 아니라 우리가 지역속에서 생활해가는 과정에서 주위의 의식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동료상담교육입니다.

여러분 모두를 동료상담 교육에 초청합니다. 교육을 통하여 여러분의 자신감을 회복함은 물론 주위에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동료 장애인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거리를 누비며 다닐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동료상담가가 될 수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글은 에이블뉴스 독자 김환성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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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환성 (khs39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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