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르트르 실존주의 – 자유를 향한 실천의 철학
GOOD JOB 자립생활센터 센터장
김재익 소장(철학석사)
사르트르가 말한 실존주의의 출발점은 어떻게 보면 단순한 것처럼 보인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인간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본질(목적·성격·운명)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실존’하고 나서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스스로 본질을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이 지구상에 존해하는 그 어떤 물질이나 생명체는 이러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인간의 의미와 가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라는 선언이자 실천행위이다. 이 말은 또한 책임의 철학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전적으로 내가 내린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관점은 장애인의 자립생활 운동과도 깊이 연결된다. 자립생활이란 단순히 혼자 살아가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가 부여한 역할과 한계를 넘어 스스로의 삶을 ‘창조’하는 실천적 행동이자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인간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며, "너 자신을 만들어라"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사실 장애인은 종종 사회적 ‘본질’로 묶이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법적 정의, 복지 제도, 의료적 진단이 ‘당신은 이런 존재’라는 규범을 부여하고자 한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이러한 본질의 선결을 그의 실존주의에서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이미 주어진 삶의 조건, 즉 세상속에 던져져 있지만, 그 조건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장애인의 자립생활 운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롭게 출발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장애인이기 전에, 나는 실존하고 있는 인간 그 자신이다”라는 선언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의 직접적인 적용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르트르는 실존주위에서 자유는 단순히 ‘선택할 수 있음’이 아니라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립생활 역시 그러함은 똑같다. 이는 단순히 자립적인 생활형태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결정이 나의 삶을 규정한다는 사실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택의 자유는 의존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스스로 삶의 방향을 책임지는 용기를 또한 요구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고 있는 실존적 자유는 인간(장애인)의 고립 속에서 실현되지 않는다. 사르트르가 타인과의 관계를 실존의 필수 조건으로 보았듯, 자립생활은 ‘완전한 비의존’이 아니라 ‘대등한 상호의존’을 지향하고 있는 관계이다. 이는 사회가 장애인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접근성·권리·자원 배분에서 차별을 제거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자유는 개인의 결단이지만, 그 결단이 실현되려면 사회구조의 변화가 반드시 필수적이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자립생활 운동에 적용한다면, 이는 단순한 권리 요구를 넘어 실존적 선언과 행위(앙가주망)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나의 삶을 선택한다”는 말은 곧, 장애인이 시혜와 동정의 관계를 거부하고, 제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간으로 서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이것이야말로 실존적 해방이며,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의 궁극적 지향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