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TV 유치원 파니파니 녹화 예슬이와함께 6월 24일 방송)
장애인엄마의 자녀로 산다는 것
어느 엄마나 세상의 모든 엄마는 새벽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아이들 방에 가서 밤새 혹시 이불을 걷어차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아침을 준비하는 일일 게다. 나 역시 크게 별반 다르지 않다
서둘러 아이들이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어 큰 아이부터 흔들어 깨운다.
한 번에 일어나는 일을 거의 없다. 서너 번을 더 들락거려야 겨우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그 다음부터는 소위 전쟁이다
“엄마! 내 물통!”
“엄마 내 알림장 못 봤어요?”
“어! 알았어!”
“어! 여기 있어!”
학교가 바로 집 앞이건만 학교 정문까지 데려다 주는 일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저학년 엄마들은 아이의 등굣길도 하굣길도 맘이 편치 못하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예슬이의 손을 꼬옥 잡고 학교 정문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예슬이가 가방을 받아들고 들어가면서 한마디를 건넨다.
“엄마 내일 바이올린 발표회 때 올꺼에요? 안 와도 되는데.....”
“ 어 내일이야? 엄마 오지 말라고?”
“ 안 와도 되는데....”
“ 어 알았어. 안 그래도 엄마 그 날 바빠서 못 가”
애써 웃으며 말하고 돌아서려는데 웬일인지 휠체어 조이스틱(자동운전장치)이 천근만근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예슬이 이야기가 마음속에 맴돈다.
“왜 오지 말라는 거지?”
얼마 전 피아노 학원으로 예슬이를 데리러 갔는데 나를 보자마자 아이들이 몰려오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너희 엄마 장애인이야?”
순간 당황하면서도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보이던 예슬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 이유일까? 혹시 반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될까봐?
하지만 큰 딸 예지나 예슬이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친구들의 그런 놀림에 신경 쓰고 있는 것처럼 엄마인 내가 느끼게 한 적은 없었다. 아니 적어도 신경 쓰는 것처럼 느끼게 행동하거나 내색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을 먹은 후 숙제를 하고 있는 예슬이에게 태연한척 물었다
“예슬아! 엄마가 예슬이 바이올린 연주 하는 거 보러 가면 안 돼?”
“안돼요 ”
“왜?”
“ 아직 악보를 다 못 외웠는데. 엄마가 보는 앞에서 틀리면 창피하잖아요."
“ 정말 그것 때문이야? 그럼 지금 엄마랑 연습해보자! 아직 시간 많으니까 외울 수 있을 거야!”
나는 예슬이에게 바이올린을 들이대며 괜스레 신나라했다. 엄마의 갑작스런 반응에 약간을 의아해 하던 예슬이도 어느새 바이올린을 들고 연습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안고 있는 이 장애로 인해 아이들이 속병을 하게 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 하게 되고 염려하게 된다.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이 아려 오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