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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바라볼 수 없지만 당신 바라볼 아이 위해 당당해지시길

 

며칠 전 친구집에서 놀다 온 딸아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친구 할머니가 엄마는 정말 훌륭한 분이래. 눈이 안 보이는데도 강의하면서 내가 공부도 잘하고 인사도 잘하고 예쁘게 잘 키운다고 엄마가 훌륭한 사람이래.”벌써 자식 덕 볼 나이는 아닌데 딸아이 덕분에 필자는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

훌륭한 사람이라 말할 만큼 그리 잘한 것은 없지만 어쨌든 딸아이가 바르게 자랐다는 의미에서 기분은 상당히 좋았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은 기능적으로 불완전한 사람,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 장애인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있는 존재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장애인들 역시 다양한 위치에 있지만 그 역할은 당연히 제대로 하지 못할 거라 단정 지어 버린다. 그러니 엄마로 아내로 그리고 며느리로서의 장애인은 무조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장애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들을 측은하게 바라보며 비장애가족들이 장애인을 돌보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한다고 여긴다.필자가 훌륭한 사람이 된데에는 장애 덕분이기도 하다.

장애가 있어서 힘들텐데 정안인 엄마처럼 똑똑 해내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던 것이다.세상에 완벽한 부모가 있을까? 스스로 난 자식을 잘 키우는 것 같아.”하고 생각하는 분 계시는지? 부모는 언제나 자식 앞에서 죄인이 되는 것 같다. 아이의 어떤 부분에 문제나 잘못이 생기면 내가 양육에 뭘 잘못했는지 전전긍긍 고민하고 애가 잘되면 저게 더 잘될 수 있었는데 부모 잘못 만나 그렇지.’하며 안쓰러워한다. 그러니 장애를 가진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 실명 후 참 많이 울었다. 실명 당시 고작 3개월 이었던 딸아이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내가 엄마로서 아이에게 존재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좌절했다.

비장애인으로 살면서 필자 역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갖고 있었기에 장애인이 된 나 스스로를 무가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16개월간 시부모님께 맡겨져 자랐던 딸아이를 남편이 집으로 데리고 오던 날 필자는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딸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안아주고 싶은데, 눈 맞추며 활짝 웃어주고 싶은데, 내가 직접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은데 그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니 보지 못하게 된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그렇게 시각장애를 갖게 된 나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고 부정하던 나에게 아이는 내가 먼저 다가가기도 전에 아장아장 걸어와 내 품에 얼굴을 묻고선 엄마, 엄마하며 나를 불렀다. 장애를 장애로 바라보지 않고 본연의 나 자체만 바라봐주는 아이.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마음 아파했던 것은 나만의 피해의식이었고 자격지심이었던 것이다.

언젠가 부산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여성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육아와 양육에 관한 회원간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그곳에 이제 출산한지 6개월여 밖에 되지 않는 엄마가 있었는데 그분은 모임 내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그곳에 모인 엄마들 역시 같은 가슴앓이를 하며 자식을 키웠기에 함께 공감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분에게 말했다.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아이에게 못해주는 것에 매달리고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마시라고 눈 맞춰주지 못하는 대신 더 많이 안아주고 만져주고 사랑한다 말해주라고 당신은 비록 아이를 바라볼 수 없지만 당신을 바라볼 아이를 위해 밝고 당당해지시라고.

출처: 에이블뉴스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06&NewsCode=000620200207122332589215-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칼럼니스트 김경미 (kkm75@kbuwe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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