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의 돌봄체계는 네 개의 큰 법률로 나누어진다. Wlz는 장기요양법으로, 중증장애나 치매 등으로 24시간 돌봄이나 감독이 필요한 사람을 지원한다. Wmo는 사회지원법으로, 지방정부가 장애인과 노인이 집에서 살아가고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생활지원, 이동지원, 주거개조, 보조기기 등을 제공한다. Zvw는 건강보험법으로, 방문간호나 의료적 간호처럼 건강보험 영역의 돌봄을 담당한다. Jeugdwet은 아동·청소년법으로, 18세 미만 장애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그 가족의 돌봄과 보호를 맡는다. 이 네 법은 네덜란드 복지의 정교함을 보여주고 있다.돌봄의 성격에 따라 책임 주체를 나누고, 의료와 생활지원, 장기요양과 아동지원을 구분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구조는 큰 약점도 갖고 있다. 한 사람의 삶은 하나인데, 제도는 네 갈래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이면서 의료적 간호가 필요하고, 지역사회 생활지원도 필요하며, 가족지원까지 필요한 경우에는 여러 제도의 문을 동시에 두드려야 한다. 신청창구도 다르고, 판정기준도 다르며, 지방정부마다 단가도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네덜란드 내부에서도 “하나의 통합 개인예산”과 “하나의 창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이 점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은 아직 개인예산제를 본격적으로 완성하지 않고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네덜란드처럼 나중에 분절 문제를 고치는 길을 갈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통합적 사정, 통합지원계획, 통합창구를 설계해야 한다. 장애인의 삶은 활동지원, 의료, 주거, 고용, 가족지원, 지역사회 참여가 따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국의 개인예산제도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보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서울형 개인예산제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할 것이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주되, 일할 수 없는 사람의 존엄을 가난으로 내몰아서도 결코 안 된다. 고용정책에서도 네덜란드는 보호고용 중심에서 일반노동시장 참여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참여법은 지방정부가 노동능력이 있는 장애인의 취업을 지원하도록 만든 제도다. 과거의 보호작업장 중심 체계는 점차 축소되고, 일반기업 안에서 장애인이 일할 수 있도록 임금보조, 직무지도, 고용주 위험보장, 노동비용 보전 등이 장애인의 노동 시 함께 제공된다. 또한 일자리 협약을 통해 민간과 공공부문이 장애인을 위한 추가 일자리를 만들도록 목표를 세워 나간다. 이 방식은 한국의 장애인 고용정책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장애인 의무고용률과 고용부담금을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법적 의무만으로는 좋은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장애인을 채용했을 때 실제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직무는 어떻게 조정되는지, 중증장애인이 일터에서 계속 버틸 수 있도록 누가 지원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네덜란드는 처벌만이 아니라 유인과 지원을 결합하려 한다. 한국도 부담금 징수 중심을 넘어, 직무개발, 직무지도, 근로지원, 임금보조, 고용주 지원을 하나의 고용생태계로 묶어야 한다. 또한 고령장애인 정책과 통합돌봄도 중요한 한 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