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백번째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이 순간 감회가 깊다. 평생 내 노트에는 글 한 자 적지 않는 사람이었다. 늦은 나이에 균도와 같이 하려고 학교에 편입하면서 리포트를 빙자해 쓴 글이 전부였다. 균도와 같이 했던 일정을 글로써 남겨 놓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 여기까지 왔다.
균도와의 세상 걷기는 발달장애인의 아빠로서 세상을 향한 외침이다. 발달장애인의 가족이야기, 아무에게나 쉽게 하지 못하는 내 아들 균도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 있다. 계속 진행 중인 우리들의 이야기가 세상을 향해 울부짖고 있다.
장애인으로 평생 살 수밖에 없는 내 아들 균도, 그렇지만 그 아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빠의 한 맺힌 이야기, 다른 사람이 우리들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만남을 이야기했다. 장애인 가족 중 아빠의 외면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 나의 의도가 잘 담겨 있는지, 오늘도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본다.
3월12일 출발하면서 99번째 이야기가 올라오기까지 난 하루도 쉬지 않고 균도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 연단에서 두서없는 말부터 시작하던 나였지만, 글로써 내 생각을 전하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이제는 연대발언을 즐겨하는 사람이 되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우리 부자를 알아보고 훌륭한 아빠라고 이야기하면, 부끄러웠지만 더욱 잘하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반성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제 내일부터는 글로써가 아니라 장애인의 부모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려 한다. 장애인부모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이야기할 거다.
우리는 이제 강해져야 한다. 부모가 무너진다면 아마 아이들도 이 세상에 발붙일 곳이 없다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다. 누구나 가정의 어려움은 다 있다. 나 역시 그러하다. 그렇지만 지금 나에게는 나의 남은 인생보다 균도같은 발달장애인의 미래가 더 걱정된다.
왜 하필이면 당신이냐고 반문하는 가족이 있다. 세상에 가족의 이슈는 균도와 내가 던졌다. 그 이슈가 단지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절실’하다는 것을 알릴 의무가 나에게는 생겼다.
오십이 조금 안 되는 인생을 살면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다. 장애가 없는 몸으로 사회에 나왔고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갔다.
그렇지만 나로 말미암아 태어난 내 큰아들 균도는 자기 의지로는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한다. 가고 싶어도 나가질 못한다. 사회가 벽이다. 현실은 자기에게는 편안함이 보장되지 않는 미지의 세계다.
균도도 나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스스로 달력에 어디에 가자고 적고 나에게 이야기한다. ‘아빠 언제 어디에 가고 싶어요. 어디에 보고 싶어요.’
이 말이 나를 움직인다. 가정의 호구지책이 나의 의무이지만, 난 균도를 외면할 수 없다. 그리고 발달장애인 부모의 외침을 모른척할 수 없다.
2011년 3월, 세상에 발달장애인가족의 이슈를 균도와 내가 던졌다. 그래 가자… 힘이 닿는 한까지 세상 속으로 걷고 또 걸으면서 느끼고 세상을 향해 소리 지르고 싶다.
오늘은 이만 끝내지만 균도와 세상걷기는 계속됩니다. 9월 추석연휴가 끝나면 균도와 세상걷기는 남도를 향해 떠납니다. 부산기장을 출발해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그리고 빛고을 광주까지…
혹시 이 글을 읽고 동참하실 분은 개인적으로 이야기 남겨주세요. 그동안 100번째 글까지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다시 만나겠습니다.
[알림] 발달장애인 바로 알기, 장애인가족 이야기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많이 불러주시면 우리의 처지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같이 연구하겠습니다.(연락처 016-564-0967, 유선전화 051-723-2006, 전송 051-721-2005)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폐성 1급 장애인 이균도님과 아버지 이진섭님(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은 지난 3월 12일 부산시청을 출발해 4월 20일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균도 씨 부자는 600여km를 도보 행진하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개선,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 발달장애인 문제 해결을 위한 아버지들의 적극적인 노력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6월 국회에 장애아동복지지원법(안)이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본회의 통과를 앞둔 과정에 균도 씨 부자가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0회의 글을 비마이너에 연재해주신 이진섭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그동안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를 관심 있게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오늘로써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 ▲드디어 장애아동복지지원법안 법안심사소위 통과. 역사적 순간에 한 컷. |
![]() ▲균도 박경석 교장쌤과 피자 한 판. 너무 즐거워한다. |
![]() ▲드디어 성남 도착. 오늘도 무리했지만, 균도는 살아 있다. |
![]() ▲비가 와도 균도와 나는 걸었습니다. 우리 아이 미래의 초석을 위해. |
![]() ▲균도가 보기에도 나라는 피곤하다. |
![]() ▲복지부 앞에서 하늘을 지붕 삼아 침낭 하나에 잠을 청한다. 이것도 미래에 대한 우리의 연대 투쟁으로 기억되면 좋으련만. 기초법 부양의무제 폐지하라! |
![]() ▲420장애인차별철폐 정책협의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부산. |
![]() ▲여행 중에 균도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