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인 자식이 부모와 연락을 끊고 경제적인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부모는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등법원 제1행정부(김창종 수석부장판사)는 A(68.여) 씨가 대구 달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 부적합결정처분 취소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을 했으나 달서구청이 “부양의무자인 장남의 가족이 재산 5천여 만 원을 보유한 데다 가구 총소득이 700만 원이 넘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 부적합 결정을 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양의무자인 원고의 장남이 경제적인 문제로 부모와 연락 및 왕래, 경제적 지원을 끊는 등 부양을 거부 또는 기피하는 점이 인정되는 만큼, 원고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5조에 정해진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돼 사회복지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원고를 부양할 부양의무자인 장남에게 부양능력이 있지만 원고와 그 남편이 파산선고를 받은 사실이 있고, 원고의 장남 부부는 경제적인 문제로 원고에 대한 부양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작성해 원고가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제공 신청의 첨부서류로 사용하게 한 사실 등을 제시했다. 또한 원고의 신청에 따른 피고의 부양의무자 부양여부 조사과정에서 원고의 장남은 조사자에게 경제적인 문제로 원고와의 관계가 악화돼 연락 및 왕래가 끊겼고 경제적인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진술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 정해진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46조에 따라 사회복지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탈시설정책위원회 측은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기초법개정공동행동에서도 이 같은 선례를 근거로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기획소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며 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