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이면 K씨는 장애인연금 수급자가 된다. 지난 12일 제정된 ‘장애인연금법’은 기존의 장애수당을 받는 이들을 장애인연금의 당연 수급자로 지정하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장애수당 지급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7월 이후에 K씨의 소득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장애인연금법에 따르면 65세미만이면서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인 K씨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월평균소득액의 5%에 해당하는 9만1,000원(2010년 복지부 추정)의 기본급여와 부가급여 6만원을 더해 월 15만1,000원씩 장애인연금으로 받게 된다.
여기다 기초생활보장수급비 38만원을 합치면 K씨의 소득은 53만1,000원으로 오히려 9,000원이 줄어든다. 장애인연금 수급자로 전환되면서 중앙정부에서 지급하던 장애수당 13만원이 중단되고, 서울시도 1급 장애인 중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 한해 추가로 지급하던 장애수당을 올 하반기 장애인연금 도입에 따라 관련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수당 폐지로 소득역전 우려…선택권마저 빼앗아가
장애인연금 수급자가 되면 소득이 오히려 줄어드는 K씨로서는 장애인연금 수급을 신청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장애인연금법이 여타 복지급여와 마찬가지로 당사자 신청주의를 택하고 있음에도 부칙에서 장애수당을 받은 장애인들을 당연수급자로 지정해 K씨는 장애인연금을 신청하지 않아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에 대한 선택권마저 박탈당한 K씨는 매월 줄어드는 소득을 감내하고 살 수밖에 없다.
2009년 말 현재를 기준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12개 지자체에서는 저소득장애인에게 1~5만원의 추가 장애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일단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에서 올해 하반기에도 ‘추가 장애수당’을 명목을 바꿔서 지급하려는 계획이지만 지급 근거가 사라지는 내년에도 관련 예산을 편성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장애인연금을 받으면 종전보다 소득이 줄어드는 소득 역전 현상이 내년부터 서울을 넘어 전국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
장애인연금 치명적인 형평성 오류…나이 많고, 못사는 장애인 피해
향후 K씨가 65세를 넘겨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해 수급하게 되면 K씨의 소득은 늘어나게 될까. K씨는 장애인연금으로 부가급여 15만원을 추가로 받게 되는데 결과적으로는 총 소득에는 변화가 없다. 장애인연금법이 장애인연금 수급권자가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자에게는 기초급여 지급을 중단하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15만원의 부가급여를, 차상위계층은 5만원의 부가급여만 지급하도록 하고, 기초노령연금은 소득으로 잡아 기초생활보장수급비에서 그대로 차감하기 때문이다.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장애인들'과 '장애가 없는 노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따져봐야 하는 지점이다.
장애인연금 도입에 따른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정부 추계에 따르면 기존에 장애수당을 받지 못하던 약 13만명의 장애인이 7월부터 장애인연금 9만1천원(기초급여)을 수급하게 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 장애인들의 소득은 달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반면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신규 장애인연금 대상자들의 소득은 대폭 늘어나게 돼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20일 오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제30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지난달 장애인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중증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장애인연금이 앞으로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총리의 약속대로 장애인연금이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지금 당장 풀어야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