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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가구 전문점을 찾았다. 다양한 가구 브랜드들이 한 건물에 입점되어 있다는 말에 선택한 곳이었다. 함께 간 형제들이 보지 못하는 필자를 위해 색상이며 사이즈, 구조 등을 말해주고 손으로 만지게 하면서 침대와 장롱, 식탁 등을 구경하였다. 매장에 들릴 때 마다 손으로 더듬고 설명을 듣는 필자를 보고 매장 직원들은 어렴풋이 시각장애가 있음을 아셨는지 필자에게는 직접 응대는 하지 않았다. 무시한다기 보다는 낯선 고객에게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몰라 선뜻 다가오지 못하는 듯 하였다.

한두번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입장도 이해되어 묵묵히 상품을 더듬고 형제의 설명에 집중하며 나름의 쇼핑을 즐겼다. 이곳저곳 이것저것을 살피다가 학생 전문 가구매장에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가자 직원 한분이 우리를 따라다니며 상품 설명을 하셨다. 너무나도 아기자기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설계된 가구들을 보며 연신 '아하!'하고 감탄사만 연발했다.

그런데 갑자기 직원분이 내 손을 잡고서는 가구의 부분을 만지게 하며 본격적으로 가구의 이런 저런 특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덥석 손을 잡힌 순간 놀라고 당황스러웠지만 손이 닿는 부분에 맞춰 가구에 대해 설명해 주는 직원 덕분에 이해는 더 빨리 되었다. 직원이 이끄는 대로 가구의 부분 부분을 만지며 설명을 듣고 궁금한 부분을 물어가면서 좀전의 어색하고 당황스러움은 사라져 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같은 시대에 공존하여 살아가지만 외모나 삶의 방식이 다르기에 상대에게 거리감을 가진다.

장애인의 90%가 후천적 장애인인 만큼 장애인이 느끼는 거리감보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게 느끼는 거리감이 클 수 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신체의 기능이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다름으로 인한 거리감을 당연히 여기고 구분, 분리되어 살아간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극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2개월 전 딸아이가 놀이터에서 다치는 바람에 한달간 병원 치료를 받게 되었다.

전혀 보지 못하는 보호자에게 접수원도 간호원도 원장님도 어찌해야 하는지 당황해하며 어색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한두번 방문하고 대면하면서 접수원은 종이가 아닌 구두로 접수를 받고 간호사는 차례가 되면 대기석에 있는 나를 안내해 원장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원장님도 엑스레이를 보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며 어떤 부위를 다쳤는지 내 신체를 이용해 알려 주셨다.

간호사도 원장님도 말로 설명하기 곤란하거나 난이하다 싶으면 손으로 직접 만지게 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이의 치료가 끝날 무렵에는 내가 느끼는 불편함도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어색함도 없는 그저 평범한 환자 대하듯 단연하고 자연스러워졌다. 가구점 직원의 행동이 가구 하나를 더 팔기 위한 영업적 행동이고 병원 관계자 역시 방문한 환자에 대한 직업적 소명으로 한 행동이었다 하여도 향후 그들이 시각장애인에 대해 느끼는 거리감은 다소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심리적 거리감은 어쩌면 우리 사이의 물리적 거리와 비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 장애인이기 때문에 배려받아야 한다는 생각. 이러한 생각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를 줄이는데 오히려 장벽이 되는 건 아닌지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배려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때 진정한 사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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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김경미 (kkm75@kbuwe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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