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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대학생 지원 예산 삭감 논란

장애인 대학생 자치단위의 위기 또는 희망을 말한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7-07 09:20:30

방학 시작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장애인 대학생 도우미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도우미제도 예산 26억원 가운데 15%가 넘는 4억원을 삭감해, 지원받지 못하는 장애인 대학생이 생겨 학업을 그만두어야 할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내가 다니는 학교만 해도 청각장애학생에게 대필도우미제도, 시각장애학생에게는 교재 등의 타이핑 제도, 나와 같은 지체장애학생에게는 생활/이동도우미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다. 만약 예산이 삭감된다면 여전히 불완전함을 노정한 현행 도우미제도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한동안 잠잠했던 학내 장애학생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2002년 나의 학교에 장애학생특별전형 제도가 생긴 후 ‘장애인권’이라는 화두가 학교 내에 비로소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별전형 제도를 만들어놓고도 장애학생에 대한 지원이 전무했던터라 장애학생과 이 문제를 공감한 비장애학생이 모여 (내가 활동해왔던) 장애학생 자치단위를 만들었다. 내가 입학하기 전까지 학내 선전전, 자보전, 서명 운동 등을 진행해 학생 사회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활동을 했고, 그 결과 학교 내에 장애학생의 지원을 위한 큰 틀과 제도를 형성해나갈 수 있었다. 2003년 가을에 장애학생의 지원을 총괄하는 ‘장애학생지원센터’라는 기관이 만들어졌고, 이동이나 대필 지원 등도 서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마냥 맨땅에 헤딩하던 전년들과 다르게 2004년 이후에는 장애학생 지원의 큰 틀 내에서 세세한 사항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학내 장애학생들의 개별적 요구들을 조사해 4대 요구안을 만들어 학교 본부와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고, 일부분이 받아들여졌다. 이전까지 지체장애학생의 요구에 맞추어져 있었던 지원의 틀을 넘어 청각장애학생의 수업권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게 되었고, 소기의 성과로 2006년부터는 대필도우미 외에 속기사 1명이 채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숨가쁘게 달려오다 어느 순간엔가 정체를 경험하게 되었다. 여전히 개개의 장애학생들이 느끼기에 불만족스러운 점이 많지만, 장애학생 복지 서비스 부문에서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될 정도로 학교의 지원과 제도는 차츰 체계를 갖추게 되었고, 학교는 장애학생 친화적으로 '보이게' 되었다. 재학생들은 다급한 요구 없이 그럭저럭 학교를 다니게 되고,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은 장애인권 자치단위의 존재에 대해 생각할 필요 없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대규모 취직난을 맞아 대부분의 학우들이 인권 문제보다 더 다급한 먹고 살기 위한 문제들에 집중하게 되었다. 투자 동아리나 과외 동아리는 여전히 잘 굴러가는데,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나날이 줄어갔다. 어느 날부터 나의 동아리에 들어오는 신입생의 발길은 뜸해졌고, 매주 회의꺼리를 들고 지겹게 긴 논의를 벌였던 나와 동아리의 친구들은 토익과 토플 책을 안고 만나서, 공무원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넌 졸업하고 뭐할꺼냐? 디트(DEET, 치의학전문대학원 입문 시험)나 볼까? 토플 점수가 안 올라, 미치겠어.

 

그러나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들에 여전히 마음이 불편하다. 장애학생 아무개가 지원을 요구했는데 거절당했다더라, 교수 누구가 장애인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면서?, 요구한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하는군. 그리고 장애인 대학생 예산 삭감과 관련된 뉴스가 들려온다. 우리는 여기서 무슨 일을 해야할까, 아니 할 수 있을까.

 

학내 장애인 교육권을 위해 꽤 중요한 일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아직 구조적인 억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학생이다. 20대의 평균임금이 88만원이라고도 하고, 취업 문제 때문에 자살을 하는 대학생도 있다고 한다. 대학원에 진학해 취직까지 몇 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받는 나 역시, 이 시대에 고학력자 장애인이 설 곳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매일같이 고민한다. 장애인 대학생의 도우미 예산을 삭감을 했다는 뉴스는 학생으로서의 내 삶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임에도, 나는 뉴스기사 밑에 리플을 달거나 뉴스 기사를 친구에게 이야기하며 한숨을 쉬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자’, ‘감수성을 잃지 말자’는 말은 딱 그만큼의 가벼움으로 작용할 수 있을 뿐이다. 장애인 대학생 지원에 대한 큰 틀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지금, 좀 더 현실적으로 우리의 한숨들을 모아야할 때인 것 같다. 여전히 토플 점수는 오르지 않고,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 걱정의 무게정도로 묵직하게만 새로운 문제를 맞아보려고 한다. 뛰다가 풀어진 운동화 끈을 조이고 있었다고 생각하자. 다만 그 끈이 다시 우리를 죄어올꺼라는 걱정은 하지 않기로, 서로에게 다짐하면서!

 

칼럼니스트 문영민 (saojung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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